2011년 11월 1일 화요일

MMORPG 최신 트렌드 1 : 필드 컨텐츠



1. 와우의 부작용에 대한 공감

많은 이들이 와우에 대해 우려해왔다. 지금이야 대격변을 통해서 쇠락세가 완연해진 바람에 이제와서 와우를 까는건 별반 대단한 일도 못되지만, 불성 때 이미 와우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당시처럼) 나간다면 이러저러한 일들이 벌어질거라며 까던 사람들도 꽤 많았다. 물론 와우의 압도적이고 위압적인 업적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게임) 앞에서 모두 뭉개져버렸지만, 그런 말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줘야지. 

그 중심에 와우의 '지나친 인스턴스 중심 플레이' 가 있었다. 모든 중요한 일들은 모두 인스턴스에서만 벌어지는 mmo게임이라니 마치 ' 미국산 명품 한약재 ' 같은, 어딘가 말이 안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꼬집기엔 좀 애매한 뭐 그런 느낌이었달까. 물론 이전 세대의 퍼시스턴트 월드가 주던 불편함과 불합리함, 스트레스 등등에 대한 나열이 이어지며 '그래서 현재의 와우가 나온거이니 까면 안됨' 이라는 말이 잇따르는건 필수적이었고. 

지금은 와우의 부작용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나치게 인스턴스 중심적이어서 mmo가 주는 고유의 즐거움이나 재미요소 같은게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는거지. 와우를 morpg로 만들어도 하등 차이가 없을 게임이 되어버렸다. 와우 이전의 mmo들이 제공하던 즐거움에서 뭔가 핵심적인게 빠져나가버린 상황. 

2. 와우의 부작용에 대한 대안

당연하게도 그에 대한 일종의 카운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와우가 줄 수 없는 재미를 주는 게임. 잊혀진 바로 그 재미를 주는 게임. 인스턴스가 아닌 퍼시스턴트 월드 (이름이 너무 기니까 이후 그냥 '필드'라고 하겠음) 에서 제공되는 즐길거리. 우선 워해머 온라인이 스타트를 끊은 것 같다. (정확하겐 기억이 안나서 ... ㅈㅅ) 퍼블릭 퀘스트라는걸 넣었는데, 필드에서 각자 레벨업하고 있던 여러 플레이어들을 불러모아서 '다 함께 이걸 하세요' 라고 퀘스트를 주는거다. 나름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아무도 해봤다는 사람이 없어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긴한데, 타뷸라 라사에도 이런게 있었다고도 한다. 요새 좀 뜨는 듯 보이는 리프트의 리프트 (균열) 이벤트 역시 이와 비슷한 구조이다. 

워해머 온라인의 퍼블릭 퀘스트에 문제가 있다면, 퍼블릭 퀘스트에 참여한 정도를 따져서 그에 비례하는 보상을 주었다는 점? 예컨데 필드에 놓인 사과를 200개 모으는 퀘스트가 있다고 쳐보자. 이 퍼블릭 퀘스트에 참여한 사람이 대략 20명쯤 된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이 사과를 무려 50개쯤 모아서 퀘스트 클리어에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다면, 이 사람의 참여도는 25%쯤 되고, 그에 비례하는 많은 보상을 받는다. 가장 나중에 참여해서 가장 적은 기여를 한 사람은 사과 1개를 반납한 누군가인데, 이 사람은 0.5%의 참여를 했고 아예 보상을 못받거나 0.5% 정도의 보상을 받는다. 

물론 참여만 해놓고 쳐노는 플레이어들을 가려내기 위해서 만든 장치이겠지만, 이런 구조는 개별 플레이어들에게 '경쟁을 부추긴'다. 기억하는가? 와우가 극복하려했던 고대 mmorpg들의 폐해 중 하나. 제한된 사냥터에서 제한된 양의 몹들만 리스폰되기 때문에 누가 더 좋은 자리를 선점하느냐가 관건이 되었던 '경쟁'의 문제. 여기에서 파생된 자리맡기나 스틸시비 등의 다양한 문제점도? 

근본적으로 이 문제들의 기반은 '제한된 자원을 여러명이 나누는 과정에서의 마찰' 이었고, 워해머 온라인이 퍼블릭 퀘스트를 통해 보여준 것은 와우의 인스턴스가 싫기 때문에 와우 이전의 mmo로 돌아가자는 이상한 구도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와우가 이미 극복한 문제들은 그대로 가지고 더 나은 모델을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말이지. 뭐 꼭 이런 퍼블릭 퀘스트 때문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워해머 온라인은 그래서 잠잠해졌다. 그리고보니 리프트에서는 보상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네? 아직까진 이와 관련한 대단한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엄는걸로 봐서 뭐 무난하게 해결한 것 같다. 

3. 실패한(?) 대안의 교훈

첫 술에 배부르긴 어려운 법이다. 와우의 대안으로 제시된 시스템이 쓴 맛만 남겨주고 떠났다한들 거기에서 배울게 아예 없는건 물론 아니다. 다음의 사항들이 워해머의 퍼블릭 퀘스트로부터 후대로 남길만한 교훈이 되었다고 본다. 참고로 내가 여기서 자꾸만 워해머 온라인과 퍼블릭 퀘스트를 되뇌는 이유는 그게 최초이거나 유의미한 대표적 케이스라서 ... 가 아니라 걍 내가 아는게 그것 뿐이라서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첫째로는 '공동 이벤트' 이다. 평소에는 각자 자기 퀘스트 하다가, 어느 순간 필드에서 '공동 이벤트' 가 생기면 그걸 하러 모두 달려가는 식. 그리고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달려온 사람 모두의 활약 내지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필드에서 서로 각자 자기 일 하던 사람들에게 개인적 목표를 잠시 보류해두고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요청한다. 물론 요청따위 거절해도 그만. 

두번째는 파티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파티 시스템. 같은 용건 (퍼블릭 퀘스트)을 위해 모인 플레이어들은 자동으로 같은 파티에 속하게되며 굳이 파티장이 누군지 알아내서 귓말 넣고 초대받고 수락하고 이런 절차가 필요가 없다. 파티에 속해있는지의 여부에 신경 쓸 필요없이 그냥 자기 할 일 하다보면 자연스레 파티에 속해있게 되는 구조. 

세번째는 앞서도 말했듯 '보상 경쟁을 지양하라' 라는 점이다. 보상에 경쟁 요소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때부터는 서로 돕고 도움 받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잠정적 경쟁자로 여기가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신경쓰게 되는, 구세대 mmo적 플레이 패턴이 튀어나온다. 

4. 대안의 발전

여기서 좀더 발전한 형태로 보이는게 아마도 길드워2가 아닐까 싶다. 물론 중간에 리프트를 넣어줘야겠지만 첫째는 내가 리프트를 안해봐서 잘 몰라서, 두번째는 리프트의 경우 길드워2보다 상대적으로 퍼블릭 퀘스트와의 차이점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길드워2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이긴 하지만 ... 주목할만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데 '다이나믹 이벤트'라는게 그거다.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는 '퀘스트를 통한 성장'에서 퀘스트를 대체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다이나믹 이벤트는 쉴 새 없이 일어나며, 이 이벤트들이 일어나는 장소를 알아보기 쉽다. 각 이벤트들은 당연하게도 필드에서 벌어지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참여할 수 있되 파티를 모으고 초대하고 수락하고 나가고 이런 구분이 없이 하나의 이벤트가 벌어지는 장소에서 그 이벤트에 참여만 한다면 그걸로 족한 구조. 아울러 앞서도 얘기했던 보상을 경쟁하는 구조보다는 서로 도와서 이벤트를 빨리 완료시키고 서로 엇비슷한 보상을 나눠먹는 구조다. 

물론 아직 나온 게임이 아니라서 자세한건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발표된 자료들만으로 봤을 때 꽤 근사하지 않은가? 대신 이게 단순히 '와우의 부작용에 대한 또 다른 방향으로의 대안' 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의 발전'이 되기 위해서는 뚜렷한 특장점을 보여줘야만 하긴 하겠지만 ... 다른건 몰라도 이제 식상한 퀘스트를 집어치우고 이벤트의 연쇄라는 식으로 이를 처리했다는 점, 게다가 이런 이벤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점수를 좀 주고 싶다. 

퍼블릭 퀘스트류의 대안과 길드워2가 보여주는 연속 이벤트류의 대안은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는데, 우선 퍼블릭 퀘스트류가 기존의 '퀘스트 개념'을 모두 갖다 버리는 대신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각자 자신의 퀘스트를 하다가, 유사시 (퍼블릭 퀘스트 발생시) 이벤트가 일어나는 곳에 가서 참여하면 된다. 이는 꽤나 명료한 구성이다. 게다가 퍼블릭 퀘스트라는 이름 자체에 이미 퀘스트라는 단어가 내포되어 있어 더욱 친숙하다. 기존의 개념을 이어붙였지만 여기에 색다른 & 알기 쉬운 무언가를 덧대붙인 구조. 

반면에 길드워2의 연속 이벤트 개념은 좀더 복잡해보이기는 한다. 다양한 이벤트들이 필드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어디에 참여하는게 '가장 효율적인지' 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더불어 이전의 퀘스트 개념을 완전 폐기한 것으로 보이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에 의함녀) 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도 플레이어들이 좀 혼란스럽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다. 게다가 사실 이런 개념이 개발자들에게 '대단한 아이디어'로 어필하는걸 넘어서 실제로 플레이어들에게 소구할만한 구석이 있는지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러나 무엇보다 매력적인건 플레이어들의 플레이가 필드에 실제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들이 쫓아버린 늑대떼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 자리에서 스폰되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이 필드의 야생동물들을 너무 많이 죽여버리면, 그 야생동물의 천적들은 개체수가 늘어난다. 








그래서 와우가 천하일통했던 최신 mmorpg의 트렌드는 와우가 보여준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편이며, 아직까지 나온 대안들은 다양하고 나름대로의 장단점들이 있긴 하되 와우처럼 다시금 천하일통할만한 위력까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아키에이지 등이 전혀 다른 방향에서의 대안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키에이지는 사실 '최신 mmorpg'의 트렌드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애초에 그런 트렌드라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시도인만큼 여기에 끼워서 고려할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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