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캐쥬얼 게임의 어떤 문제



1. 캐릭터 게임 vs 플레이어 게임 

흔히 쓰던 용어들로만 구성한 단어라서 ' 이미 아는 단어임 ' 하고 지나칠지 모르지만, 여기에서는 좀더 구체적인 의미를 사용하고 있으니 읽어주시길. 

이 포스팅에서 캐릭터 게임이라함은 캐릭터가 가진 성능을 통해 게임에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되어 있는 게임을 일컫는다. 당연히 RPG가 캐릭터 게임의 대표적인 장르이다. 물론 와우 등의 경우 컨트롤의 비중이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신컨이 조작하는 대체로 녹템 간간히 파템을 장비한 70레벨 캐릭터가 발컨이 컨트롤하는 풀파밍된 80렙 캐릭터를 상대로 이길거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그 외에 던전앤파이터도 조작능력의 비중이 상당히 크긴 하되 여전히 캐릭터 게임적 성향이 짙다. 

반대로 플레이어 게임이란 플레이어의 조작능력이 게임 내에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되어 있는 게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든어택, 아바 등을 위시한 FPS 장르의 게임이고 그 외에 카트라이더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실 대부분의 ' 캐쥬얼 ' 타이틀이 붙는 게임의 경우 이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 일부 게임의 경우 레벨업을 도입하여 캐릭터의 수치에 의한 강화효과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긴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 좀 우스운 것은, 게임 타이틀에 캐쥬얼 게임이라고 붙어 있긴 하지만 사실상 대단히 하드코어한 조작 또는 플레이를 요하는 게임들이 이 장르의 히트작의 대부분이라는 것. )

- 캐릭터 게임은 캐릭터의 성능에 의해 게임을 진행하는 타입
- 플레이어 게임은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에 의해 게임을 진행하는 타입

2. 각 게임의 주요 컨텐츠 

캐릭터 게임의 주요한 컨텐츠는 앞서 언급한 각 분야의 대표적 게임들을 살펴보면 손쉽게 답이 나온다. 캐릭터 게임의 경우 PVE 컨텐츠가 주된 즐길거리가 된다. 필드를 돌아다니며 몹을 잡고 퀘스트를 하다가 간간히 인던에 가서 아이템 파밍도 좀 한다. 만렙을 찍고 나도 이런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막공 다닌다. 와우는 물론 PVP 컨텐츠도 나름대로 상당히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와우를 PVP 베이스의 게임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점에는 누구든 동의할거라 믿는다. 

한편 플레이어 게임의 경우 지금까지 대부분 PVP 컨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서든어택에 PVE 컨텐츠가 있기는 한가? 아바도 물론이고. 카트라이더도 당연.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건 역시 인공지능의 구현난이도가 아닐까싶다. 

캐릭터 게임, 즉 PVE를 베이스로 하는 경우 승부를 결정짓는건? 각 캐릭터가 가진 숫자들이다. 포괄적으로 바라보자면 플레이어가 가진 숫자들 ( 스탯들 ) 과 몹이 가진 숫자들을 견주어 누가 이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컨텐츠에 ' 도전적 ' 인 과제를 부여하기 위해서, 개발자는 단순히 몹의 숫자를 강화하면 된다. 더 많은 체력과 더 강한 공격력, 더 단단한 방어력을 넣으면 된다는거다. 물론 최근들어서는 이런 뻔해빠진 패턴이 식상한데다가 ' 다양한 패턴이 주는 즐거움 ' 이라는 요소를 와우가 소개했기 때문에 단순히 이렇게만 생각하다간 위험하겠지만, 기본적인 사항은 동일하다. 

그러나 플레이어 게임, 즉 소위 말하는 ' 캐쥬얼 게임 ' 이라는건 그렇지가 않다. 여기에서 관건이 되는건 복잡한 여러가지 스킬 또는 아이템을 사용하는 방법과 그 타이밍, 순서 등등이다. 좀 건너뛰고 생략해서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PVE플레이를 '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것 ' 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건 복잡하며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몬스터AI가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걸 만드는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 스탠드 얼론의 경우 이런걸 구현하기가 그나마 좀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이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된다. 특히나 게임개발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 그러나 개발자는 굳이 여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한 플레이어를 상대하기 위해서 반드시 몬스터를 넣어야만 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플레이어를 반대편에 배치하면 된다. 물론 이건 PVP를 의미하는거다. 고로 플레이어 게임에서 현재까지 주된 컨텐츠는 PVP가 될 수 밖에 없다. 

- 캐릭터 게임에서 주된 컨텐츠는 PVE
- 플레이어 게임에서 주된 컨텐츠는 PVP

3. 심화된 PVP 플레이가 낳는 문제점 : 양민학살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BnB 이후로 이러한 장르의 게임들 즉 플레이어 게임들이 우수죽순처럼 쏟아져나왔다. 그들 대부분은 시장에서 살아남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몇몇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바로 이 ' 장기적으로 살아남은 게임들 ' 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표면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해서 이 문제란 ' 양민학살 ' 이다. 좀더 근본적인 지점을 지적하여 말해보자면 ' 기존 유저들이 신규 유저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현상 ' 이다. 게임은 오래되었고, 오래될동안 그 게임이 살아남았다는건 꾸준히 게임을 즐기는 고정유저층이 두텁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계층의 게임 실력은 안드로메다로 간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클로즈베타 테스트에 들어간 ' 배틀필드 온라인 ' 인데, 처음 이 게임을 시작한 유저를 헬기나 비행기에 태우면 대체로 수십초만에 추락한다. 아무런 공격도 접근도 하지 않았는데도, 조작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근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정적으로 배틀필드를 즐기는 유저들은, 비행기를 몰고 지상에 접근하여 지상을 걷고 있는 보병을 비행기 꼬리로 치어죽인 후 자신은 유유히 다시 하늘로 날아갈 정도의 컨트롤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계층의 유저를 맞붙여놓았을 때 결과란 안봐도 비디오. 

한동안 우리나라 캐쥬얼 게임의 모토는 ' 적응은 쉽게, 그러나 능숙해지긴 어렵게 ' 였다. 즉 게임 진입 단계의 유저들은 별다른 진입장벽없이 게임에 잘 적응해서 재미있게 플레이하더라도, 그렇게만 해서는 모든 유저들이 적응이 된 단계에서 나가버린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고도의 깊이마저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앞서 예로 든 대표적 플레이어 게임의 하나인 카트라이더를 보자. 이 게임에서 유저가 사용하는 버튼은 지독하게 단순하며, 각 버튼은 또한 지독하게 직관적이다. 진입하자마자 앞뒤좌우 방향키의 용도가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며, 여기에 추가로 익혀야 할 것은 몇몇 아이템들의 용도 뿐이다. ( 그마저도 스피드전으로 가면 필요없어지고 ) 그러나 카트라이더는 특유의 물리엔진과 여러가지의 레벨 디자인으로 인해 대단한 깊이를 갖추게 되었다. 유저는 게임에 진입하여 자기 캐릭터 ( 자동차 ) 를 움직이는 법에 대해 '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 알 수 있지만, 그 몇 안되는 조작으로 게임 내에서 가능한 행동들의 가짓수가 무궁무진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 무궁무진한 가짓수를 낳는 깊이 ' 라는 부분이, 해당 게임이 장기적으로 서비스될 경우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서비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게임에 능숙해지는 유저는 점점 많아지고, 이 유저들은 앞서 말한 ' 깊이 ' 의 한계까지 접근한다. 한편 이제 막 그 게임을 시작한 유저는 간신히 맛배기나 면한 수준이다. 그리고 이 둘이 동시에 맞붙는다면, 한 명의 유저가 다른 여러 명의 유저에게 ' 안좋은 경험 ' 을 제공하게 되는거다. 

이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들 pvp 게임은 제로섬 게임이라고 한다. 패자가 있으면 그만큼의 승자도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둘의 경험을 합치면 결국 제로가 되지 않냐는 얘기. 이 얘기는 이 경우에 적용할 수 없다. 한 명의 승자가 다수의 패자를 괴롭히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플러스 즉 승자는 한 명인데, 마이너스 즉 패자는 여러명이다. 이건 제로섬이 되면 다행인, 실제로는 마이너스 게임이다. 그리고 좋은 경험이건 나쁜 경험이건 ' 인상적 경험 ' 만이 그 컨텐츠에 대한 느낌을 좌우한다고 할때, 한 명의 유저에 의해 진삼국무쌍의 졸개NPC가 된 듯한 경험을 해버리면 더더욱 위험해진다.

많은 게임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 채널 시스템 ' 이라는걸 사용한다. 레벨대별로 세분화된 채널을 만들고, 자기 레벨대가 아닌 채널 ( 자기보다 수준이 낮은 플레이어들이 놀고 있는 채널 ) 로의 입장을 금지함으로써 가급적 수준이 비슷한 유저들끼리 놀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수들이 소위 세컨 캐릭을 만들어 쪼렙방에 들어와 학살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으며, 채널의 폭이 지나치게 좁을 경우 매칭풀 ( Matching Pool ) 이 좁아지는 효과를 강화하고, 지나치게 넓을 경우 ' 비슷한 수준의 유저끼리 모아놓기 ' 의 효과를 약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전체적으로 ' 기존 유저가 신규 유저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 패턴이다. 

- 오랜동안 서비스되는 게임은 그만큼의 ' 깊이 ' 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 ' 깊이 ' 의 가장 밑바닥까지 도달한 유저는, 이제 막 그 게임에 진입하려는 신규유저에게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 이를 막기 위해 채널분리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긴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기보다는 일시적인 땜빵에 불과하며, 우회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다. 

양민학살이 장기화 될 경우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많이 알려져있다. 신규유저의 유입은 줄어드는 대신 기존 유저들의 이탈은 줄지 않기 때문에, 코어유저는 고립된다. 그리고 이렇게 고립된 유저들이 점점 고사하면서 ( 게임에서 이탈하면서 ) 유저풀이 점차 감소하여 동접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 양민학살이 장기화되면서 코어유저 고립으로 이어지고, 이는 즉 동접하락을 낳는다.

4. 막을 방법 

없다.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모든 게임에는 수명이 있다고 믿는다. 스탠드 얼론 게임의 경우 짧으면 수시간, 길어봐야 아주 드물게 수백시간에 달한다. 온라인 게임은 스탠드 얼론에 비해 수명이 비약적으로 길긴 하지만, 여전히 수명이 ' 존재한다 ' 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몇년간의 서비스 기간을 거치면서 게임 내에는 다양한 노폐물들이 쌓이고, 이들의 부작용으로 인해 유저는 점차적으로 감소하여 결국 서비스를 중지하게 된다. 게임 하나 만들어서 도대체 몇백년을 우려먹고 싶은겐가? 이 욕심쟁이들. 앗흥~♡ 그러므로 여러분은 겸허한 마음으로 게임의 수명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내화하여,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는 사람처럼 느긋하고 안락하게 한 세월을 풍미했음에 만족하기로 하자.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긴 아쉽다거나, 수명이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겠지만 이걸 어떻게라도 좀더 늘릴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마치 존나 잘났다는 듯 말하고 있는 나도, 여기에서 단정지어 버리고 문제를 ' 해결할 수 없음 ' 으로 결정지어버리자니 지금까지 애써 해온 잘난척이 왠지 허탈해지니까. 잘난척을 이어가기 위해서 내가 발견한 한 가지 돌파구는 앞서 빈번히 예로 들었던 카트라이더에 있다. 

5. 카트라이더의 아이템전

카트라이더에는 두 가지 게임 모드가 있다. 하나는 스피드전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템전이다. 얘들이 뭐하는 애들인지는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그보다는 이 두 모두의 특징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스피드전은 100% 플레이어 게임이다. 물론 차종에 따른 여러가지 미묘한 차이점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차종 선택 또한 플레이어의 선택의 일부임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100% 플레이어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구조의 게임에서 앞서 내가 말한 ' 양민학살과 코어유저의 고립 ' 문제는 반드시 발생한다. 

그러나 스피드전의 아래에는 이를 떠받치고 있는 ' 아이템전 ' 이라는 다른 모드가 있다. 아이템전을 스피드전과 비교했을 때 플레이어 게임의 비중은? 대략 80% 정도가 아닐까싶다. 그럼 나머지는 뭐게? 설마 캐릭터 게임에서와 같은 ' 숫자놀이 ' 인가? 말로만 보자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숫자란 캐릭터의 스탯이 아니라, 랜덤하게 발생되는 난수이다. 아이템전에서 자기가 언제 어떤 아이템을 먹게 될지는 랜덤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 사실 완전히 랜덤은 아니지만. ) 

이 부분이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한다. 아무리 고수라도 뒤에서 물파리가 연신 날아오는데 곧죽어도 1위를 유지하긴 어렵다. 반대로 내가 쪼렙이고, 게임을 잘 못하더라도, 지금 꼴지로 달리고 있더라도, 이런 나라도 !! 갠춘한 아이템 하나 먹으면 잠깐일지언정 바로 앞의 유저를 살짝 앞서보든건 상당히 있을 법한 얘기다. 이런 랜덤성이 고수유저와 하수유저 사이에 생기는 깊은 간극을 완화시켜주는 ( 막아주지는 못한다. )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랜덤으로 해서는 잘하는 유저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상을, 못하는 유저에게 그만큼의 댓가를 돌려줘야 한다는 게임의 기본 규칙을 파괴하니까 그렇게 만들면 안되고. 결과론적으로 말하는거라 미안하긴하지만, 아무튼 딱 카트라이더 정도가 적당한 선이었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 스피드전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 1위를 하는 유저라해도 아이템전에 들어가면 ' 대체로 1위 ~ 3위 ' 를 하게된다. 100% 플레이어 게임이 드러내는 유저간 실력차의 ' 명확함 ' 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아주 못하는 유저라하더라도 만년 꼴지를 하기보다는 ' 대체로 꼴지-3위 ~ 꼴지 ' 까지의 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 역시 마찬가지로 이 유저가 최하위의 실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적당히 숨겨주고 있는 것이다. 

-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날카로운 경계선에 그라데이션을 넣어주는 랜덤요소 : 카트라이더의 아이템전

6. 카트라이더의 순위 시스템

아울러 카트라이더는 게임의 결과가 승 또는 패로만 결정나는 형태가 아니다. 여기에는 승과 패 사이를 메꿔주는 ' 순위 ' 라는 시스템이 있다. 경기가 종료된 후 유저들이 주목하는 것이 내가 ' 이겼는가 졌는가 ' 가 아니라 ' 몇 위로 골인했는가 ' 가 된다. 게임 플레이의 결과 주어지는 보상을 단순히 흑 또는 백으로 구성하기보다 좀더 세분화함으로써, 유저에게 좀더 손쉽게 ' 발전을 위한 동기부여 ' 를 가능케한다. 

의도전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단순화해서 살펴보자. 여기 어떤 유저가 있다. 이 유저는 1위에서 8위로 보상단계가 구분된 게임을 하고 있다. 이 유저는 첫판에서 꼴찌를 했으며, 이를 0점이라고 해보자. 그리고 1위를 한 유저의 실력을 100점이라고 하겠다. 첫판에서 8위를 한 유저는 12.5 점 이하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말해 이 ' 8위 ' 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최대 12.5점의 실력만 향상시키면 된다. ( 그럼 7위가 될 수있다. ) 그리고 그 결과 ' 순위상승 ' 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만약 이 게임의 시스템이 ' 승패 ' 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이 유저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50점만큼의 실력을 상승시켜야만 한다. 정확히 4배의 노력을 더 들여야 하는거다. 이제 갓 그 게임에 진입한 유저에게 무려 50%만큼의 실력상승을 이루기 전에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겠다고? 니가 만든 게임이 풋볼매니저급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면 그런 모험은 하지마라. 

- 보상체계를 세분화함으로써 작은 발전에도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 카트라이더 

7. 그래서 

써놓고보니 무슨... 카트라이더 홍보글같이 되어버렸는데 이미 피크가 지난 게임이 이런 글 하나로 대단한 홍보효과를 얻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또 카트라이더 뜬다고 내가 인센티브 받는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이런 외진 곳에 암만 홍보질해봐야 홍보효과가 없다 -_- 걍 캐쥬얼 게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떠오른 것들을 한번 정리해봤다. 

갑자기 좀 뜬금없는 얘기를 해보자면, 우리나라엔 다양한 종류의 게임 디자인 ( 게임 기획 ) 관련 서적들이 나와있다. 근데 이들 책의 대부분은 두 가지 방향에서 완전히 실전적이지는 않은 경우를 자주 본다. 

외국서적의 번역인 경우 : 국내 개발현실과 다소나마 동떨어져있다. 이는 단순히 개발 과정에서의 문제들 즉 프로세스에 연관된 문제뿐 아니라, 국내 유저들의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을 이들 서적이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 프로세스 관련 문제는 니들이 필드에서 직접 경험하고 깨져보고 헤딩하면서 깨우치세요. 뼈에 새겨지기 때문에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 특히 게임 디자인 자체의 완결성보다는 이 디자인에 대한 유저의 피드백과 장기적 리액션들이 쌓여서 이후의 업데이트 컨텐츠를 좌우하는 현재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 현실에 대한 고려가 그닥 크지 않아보인다.

국내 저자들에 의해 쓰여진 책인 경우 : 대부분의 고수들은 이런 책을 쓸 시간이 없다. 그 시간에 신작을 구상하거나 아랫놈들 일 잘하나 감시하러 눈을 부릎뜨고 사무실을 순회하거나 와우를 하거나 이미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레이싱모델급의 여인들과 데이트 중이다. 그래서 대체로 국내 저자가 쓴 책은 그닥 유용하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이 언급을 마치 ' 국내의 모든 게임 기획 관련 서적 저자는 병신 ' 이라고 받아들이지는 말아달라.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은 대략 8년여 전에 몇권 읽어보고 존내 실망한 나머지 이후에는 읽어본 일이 없거든. 그래서 현실에 어두워서 그럴 수도 있으니까. 갠춘한 거 있으면 추천이나 좀 해주시고.

그래서 비록 이따위 설익은 생각이긴 하지만 어딘가에 적어서 차곡차곡 쌓아두면 나중에 누군가에게 ' 내 생각은 이러니까 함 읽어봐 ' 라고 보여줄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정리해본다. 아, 정말 진지하게. 시간 날때마다 이런거 써서 책내볼까? 하지만 책 내봐야 어차피 잘 팔리지도 않을테고, 품은 품대로 들테고, 내놓으면 여기저기서 태클 들어와 까이기나 존나 까이겠지. 역시 포기해야겠다 (- ㅡ; ) 정리로 만족하기로 함. 

8. 그리고 ...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사실 위에서 내가 말한 ' 캐릭터 게임 = PVE 컨텐츠 위주 ' 와 ' 플레이어 게임 = PVP 컨텐츠 위주 ' 라는 프레임은 현재의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지, 구조적으로 그래야만 한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위에서도 말한거지만 플레이어 게임 = PVP 컨텐츠 위주가 될 수 밖에 ' 없었던 ' 이유는, 몹들의 AI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지. 근데 이건 언제까지나 그래야만 하는 문제는 아니거든. 즉, 플레이어 게임이면서 PVE 컨텐츠 중심의 게임을 만들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PVP 컨텐츠 위주의 게임이 장기화되면서 생기는 양민학살과 코어유저 고립의 2연크리를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여지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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