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3일 일요일

팀 본디, LA 느와르와 진실, 그리고 온라인 매체의 위험성



팀 본디 사건(?)에 대해 나름 좀 관심이 있었던 터라 이 기사가 뜬 걸 보고 잽싸게 옮기기 시작했는데, 중반 이후로 내려가니 이건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걸 보도한 기자의 저널리즘에 대한 얘기였다는 반전이 ... 하지만 읽으면서 이미 옮기고 있었던 터라 버리기 아까워서 걍 여기 올리기로 함.

원문 주소는

http://andrewmcmillen.com/2011/10/18/talk-team-bondi-l-a-noire-and-the-truth-the-perils-of-online-news-october-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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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교훈적 이야기이다. 또한 속보를 전하는데 있어서 인터넷이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무서운 공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첫 깨달음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것은 당신이 어떤 종류의 작가가 되고싶은지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6월 (2011년 6월)에, 나는 내 경력을 통틀어 가장 큰 이야기를 보도했다. 그것은 LA 느와르라는, 호주에서 만들어진 가장 비싼 게임을 만든 개발사 '팀 본디' 라는 회사의 전 임직원 11명을 4개월에 걸쳐 인터뷰한 결과물이었다. 이 11명의 정보원은 모두 나에게 익명유지를 조건으로 인터뷰를 수락했다. 그들이 팀 본디에서 보낸 시간을 모두 합치면 24년에 달한다. 그들은 모두 전 직장에서의 경험을 일관되게 끔찍한 것으로 진술했다 : 긴 업무시간, 추가 근무 수당은 없으며, 그들을 쓰레기로 취급하는 사람이, 칭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환경에서 이끄는 작업 환경. 이런 요인들과 높은 이직율의 결과로, 이 게임은 게임 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긴 개발기간인 7년여에 걸쳐 만들어졌다. 나는 이들의 진술을 팀 본디의 창업자에게 보냈고, 그는 자신의 전직원들이 나에게 해준 말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관리 스타일에 대해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내 기사는 요약되어, IGN을 통해 보도되었다. 24시간동안 1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의 게임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고 분석되었다. 나의 4개월 간의 끈질긴 작업 - 정보원과의 신뢰 구축, IGN 편집진과의 최종원고를 위한 대화 등을 포함하여 - 은 몇 마디의 인용문과 다른 게임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요약된 몇 줄의 기사로 줄어들었다. 내가 알기로는 이들 중 누구도 내 정보원들의 정체를 추적하여 그들이 한 말을 확인하려 시도하거나, 팀 본디에 이에 대한 추가 커멘트를 물어본 사람이 없다.

기사가 보도된 직후에, 2명의 다른 팀 본디 전 임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팀 본디에 있을 때 주고받았던 이메일을 포함하여 추가 정보를 더 주었다. 이 새 뉴스는 회사가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직원들을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완성이 가까워오고 있다' 라고 속이면서 질질 끌고간 정황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주었다. 나는 새로운 정보를 보충자료로 취합하여 GamesIndustry.biz 사이트에서 추가보도했다.

이 두번째 보도에는 정보원 중 한 명의 좀더 흥미로운 커멘트가 있다. 팀 본디와 LA 느와르의 퍼블리셔인 락스타 게임즈 사이의 관계가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락스타 게임즈는 GTA, 레드 데드 리뎀션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이다. 정보원의 발언을 옮겨보면 이렇다.

"락스타 게임즈가 팀 본디를 경멸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팀 본디의 차기작을 락스타 게임즈가 퍼블리싱하지 않을거라는건 뻔해보였죠. 팀 본디가 차기작을 위해 다른 퍼블리셔를 찾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둘 사이의 관계는 심각하게 멀어졌어요"

자, 이제 이 발언이, 강한 이목을 끄는 상황에서, 수년간 그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으로부터 나온, 아주 강력한 주장임을 상기하자. 내 정보원은 당연하게도 내부정보를 알고 있다. 자연스럽게, 소문이 시작되기 무척 쉬워졌다. -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비디오 게임 회사에서 그들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은 호주 스튜디오의 목을 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의 눈에, 소문과 주장은 확인되거나 부인되기 전까지는 서로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이후 며칠간, 나는 많은 웹사이트들이 별다른 주의없이 이 추가 소문을 보도하는데 놀랐다. 어떤 사이트들은 이 주장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조차 몰랐다. 복잡하게 그런걸 따지는 대신, "락스타 게임즈가 팀 본디의 다음 게임을 퍼블리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마침표" 라고 단순히 말해버리는 것이다. 다른 기자들이 전체 맥락을 모두 제공하는데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탓에, 내 작업의 결과물이 저렇게 왜곡되어 버리는데 대해 나는 실망하면서도 경각심을 가졌다.

상황은 더 복잡해져서, 락스타도 팀 본디도 이 일들에 대해 공개적인 어떤 커멘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과정에서 이들의 침묵이, 내가 보도한 기사에 대한 암묵적인 인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정말 좆같은 일이었다. 두 회사는 지금까지도 내 기사에 대해 어떤 공개적 커멘트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내게는 굉장히 흥분되는 일임과 동시에 무척 우울한 일이기도 했다. 내가 해 온 일들 중 최초의 진짜 뉴스가치 있는 일을 전 세계가 지켜본다는건 몹시 흥분되는 일이었다. 반면에 내 발견에 대한 오독에서 기인한 커멘트들을 보아야했고, 동료 저널리스트들이 그들의 지면에서 내 기사를 잘못 전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무척 우울했다. 만약 내가 내 자신의 주관적 분석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욕구를 조금 덜 억제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했다. 내 기사가 편집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면 십중팔구 보도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팩트에 대해 느슨한 태도를 취하는 다른 온라인 매체들의 보도는, 나로 하여금 내가 믿는 진실의 범위를 얼마나 확장해도 되며 어디까지 가도 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생각을 좀더 이어가보자. 일단 나는 이 두 기사에서 내가 믿는 진실을 전혀 확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내 익명 정보원들의 발언 중 일부를 날조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독자들은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없었을 것이며, 발견될 확률도 거의 없을 것이다. 기사는 열광적으로 반복 보도되되고, 때로 가장 논쟁적이고 선동적인 부분만 발췌인용되기도 하지만 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기사의 성공과 그에 따라 내게 제공될 어떤 기회들은 지금의 내가 아닌 전혀 다른 길로 나를 인도했을 수도 있다. 난 아마도 이런 과정들에 중독되어, 좀더 쉽고 논쟁적인 이슈들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

난 그러지 않았고, 그런 적도 없다. 난 내 기사들에 철저히 책임을 지고자 한다. 그러나 때로 이런 상상을 해보는게 재미있긴 하다.

이번 일은 나에게 가치있는 교훈을 주었는데, 그건 사람들이 온라인 매체의 보도를 빠르게 사실로 믿어버린다는 점이다. 특히 기사에서 언급되는 당사자들의 부인이 없을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더 많은 온라인 매체에서 보도할수록, 독자들에게는 더 사실로 믿어지는 것이다. 기사들의 댓글란은 이와는 반대이다. 나는 짧은 시간 내에, 락스타와 팀 본디에 대한 철저한 경멸이 정확한 지적에 의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반전하는 것을 보았다.

이 경험은 또한 나에게, 내가 내 자신의 기사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고 주의를 기울이든, 일단 온라인으로 보도가 되고나면 그건 완전히 내 손을 떠난 일이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내 생각에, '최초보도'를 챙기려다보니 어떤 온라인 매체들은 단어 선택에 있어의 엄격함이 다소간 느슨해 보인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데, 누구든 그 기사를 읽는 사람은 팩트를 확인할 시간이나 생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보도를 통해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으려 할 경우에도, 독자의 상황에 대한 이해는 정정보도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첫번째의, 잘못된 내용이 포함된 보도와 절충해버리고 만다. 일단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결론은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러므로 웹 저널리스트와, 편집자와, 매체들은 사실 관계 확인 절차에 대해 지면매체보다 더한 확고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책임감 있는 저널리즘과 주의에 대해 주어지는 보상은 그리 크지 않다. 그들의 신중한 기사에 비해 선동적이고 논쟁적인 이야기는 훨씬 빠르고 넓게 퍼져나간다. 물론 이런 문제는 어떤 뉴스매체에서나 있어왔지만 온라인 매체에 대해 특히 더 문제인 것은, 그것이 순간적으로 더 많은 네트워크 트래픽과 그에 따른 더 큰 광고수익이라는 직접적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생각을 마무리하기로 하자. 웹에서 글을 쓸 때, 선동적이고 즉각적이며 논쟁적인 기사는 아주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강력히 권한다. 이는 단기적 만족감을 위해 긍지를 버리고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자존감을 날려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저널리즘이 그러한 얄팍한 토대 위에 서있다는 것은 존나 수치스러운 일이며, 이는 당신이 매일매일 웹써핑을 하면서 느끼지조차 못하는 가운데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선보도 후확인' 정책은 일정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자긍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길을 택하는데 저항하라. 언제나 보도하기 전에 먼저 주의하는 편에 서라. 당신의 기사는 당신의 독자와, 정보원과, 다른 동료 저널리스트들에게 빚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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