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3일 일요일

와우에게 배우기 4 : 아이템 파밍




게임에는 다양한 무작위적 요소가 들어가주면 재밌다.
당연히 게임의 장르와 규칙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말이지. 
무작위를 넣으면 좋다고해서 장기판의 ' 차車 ' 가 앞으로 몇 칸을 이동할 것인지를 주사위를 굴려서 결정하자는 식의 논리는 곤란. 
그러나 어떤 종류의 게임에서는 무작위적인 요소가 다양한 각도에서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잖아? 
스탠드 얼론 시절부터 RPG는 그러한 랜덤한 요소들의 영향이 비교적 큰 장르인데, 
이후의 게임들이 아무리 초기의 RPG로부터 멀리 왔다고해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전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 있어.

RPG에서는 다양한 방향에서 랜덤함이 작용하지만 
그 중에서도 mmorpg에서 플레이어를 가장 크게 웃기거나 울리는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도 아이템의 드랍테이블 일 거야.
고전적인 mmorpg에서 어떤 놈은 던전에 들어가서 2번째 잡은 몹으로부터 대박 아이템이 떨어지는데 
누구는 던전에 자리잡고 삼박사일을 개겨도 물약값이나 간신히 충당하는게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지. 

와우의 아이템 드랍도 기본적으로는 랜덤함에 기대고 있어.
어떤 보스몹을 잡았을 때 이놈이 뭘 떨굴지는 무작위로 결정된다는 얘기. 
그러나 이 랜덤함이 지나치면 앞서 예로 든 것과 같이 어떤 유저는 원하는 아이템을 먹기 위해 몇달을 소비해야하지만 누구는 불과 수시간만에 먹는 등, 불공평함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되거든. 
아이템 드랍 테이블에 랜덤함이 적용된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그게 ' 재미있으라고 ' 임을 명심해보쟈.
랜덤이 과해서 재미를 해친다면, 이는 보완되어야 할 문제라는 얘기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이 부분을 개선하는데에는 별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와우가 그나마 젤 열심히 해주는거 같아. 고마워. 

지금은 자주 거론되지 않지만 
오리지널 시절 정공 위주로 게임이 돌아갈 때만 해도 DKP 라는건 레이드하는 유저라면 꼭 알아야 했던 용어들 중 하나였어. 
eq에서 만들어져 여러 게임으로 퍼져나간 이 용어는 존나 유치하고도 심플하게시리 Dragon Kill Point 의 약자야.
공대가 레이드를 진행하면서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이템을 분배하기 위한 ' 룰 ' 이었지.
이는 일종의 공평한 아이템 분배를 추구하기 위한 장치인거야.
예컨데 와우에서 넴드를 하나 잡았는데 흑마템이 떨어졌네? 
근데 흑마가 네명이야. 
그럼 넷이서 공평하게 주사위 굴릴까? 
그런 공대는 막장이겠죠.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dkp라는걸 썼던거다.
즉 랜덤함을 보완하기 위해 유저들끼리 알아서 자기들만의 룰을 만든거지. 
그만큼 아이템 드랍 테이블에서의 랜덤함은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mmorpg에서는 불공평함에 따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하거든.


고로, 적절한 랜덤함과 적절한 고정비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와우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우선 오리지널 시절. 

가장 많은 부분을 운에 기대던 시절이야. 
드랍 테이블의 랜덤함을 보정하기 위한 어떤 장치도 없던 시절. 
어둠속에 빛나는 주사위만이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던 시절이지. 

요새는 티어토큰이라는게 너무나도 보편화된 방식이지만, 이때는 세트 아이템이 완제품으로 떨어졌거든.
고전적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템의 드랍방식이야. 
무조건 랜덤. 아이템은 완제품. 


그러나 불타는 성전에 와서 이 문제에 대해 블쟈가 눈을 좀 뜬거같아. 
아이템의 분배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어났거든. 
리치킹에 들어서는 이 문제는 그저 불성때의 것을 계승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지.

불성에 들어오면서 우선 티어토큰이 도입됐어. 
사실상 이건 불가피한 일이기도 했지.
아이템의 종류가 갑자기 확 불어났거든. 

오리지널때는 직업별 세트아이템이 단 한 종류 뿐이었어.
지금은, 사제는 암사용/신사용 아이템 세트가 따로 존재하잖아? 
오리지널때는 오로지 신사용 세트아이템 밖에 없었거든. 

근데 불성때 들어와서 여러 특성에 따라 다른 세트아이템을 지원하기 시작.
내가 오리지널의 사제라면, 어쨌든 사제템이 나오면 닥치고 입찰하면 된다. 
근데 불성에 들어와는 사제아이템이 2가지 종류야. 얘들 중에 어떤게 떨어질지 몰라. 
난 지금도 앞으로도 암사를 하고 싶은데, 신사템은 존나게 나오지만 암사템은 약올리듯 안나오는거야.
아이템의 종류는 늘어났지만 아이템의 획득 기회는 동일하기 때문에,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줄어드는거지.
빡돌겠져? 

이런 부분을 해소해주는게 티어토큰임. 
티어토큰 하나만 나와주면 그걸 암사용으로 바꿀지 신사용으로 바꿀지는 내맘이거든. 
게다가 토큰이라는게 정확히 한 직업에만 사용하는게 아니잖아.
토큰 하나 뜨면 그건 최소 3직업 ( 요새는 4직업까지 ) 사용할 수 있지. 

이제 적당한 랜덤함에다가 어느정도 까지는 유저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거지. 
이게 중요한거야. ' 유저가 결정 '

근데 사실 티어토큰 시스템은 
세트아이템을 특성별로 설계하게 됨에따라 불가피하게 도입된 측면이 좀 있고, 

난 블리자드가 ' 유저들 간의 아이템 획득에 따른 불만 ' 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더 중요한 시스템은 ' 문장템 ' 이라고 생각해. 
무용의 문장/용맹의 문장/정복의 문장 등을 말하는거지. 
지금도 여러 서버의 여러 길드들 중에는 자기 길드가 주사위의 저주에 걸렸다고 굳게 믿는 길드가 많죠? 
물론 개인적으로 그런 저주가 걸렸다고 믿는 사람도 많을테고.
원하는 아이템이 여전히, 존나게 안나오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구.
내 생각엔 그 사람만의 문제이기 보다는 단순히 인식의 문제인 것 같지만,
어쨌든 불만이 있는건 맞잖아?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 
요새는 버스팟과 사장님이 활성화됨에 따라서 대체로 돈만 넉넉하면 만렙찍고 바로 낙스25 막공에 사장으로 가도 되지만. 
예전에는 그런 사례가 흔치는 않았잖아? 
만렙을 찍으면
일반 인던을 열심히 돌아주고, 
일던 파밍이 끝나면 영던을 열심히 돌아주고,
영던을 다 깨고나면 카라잔에 수줍게 데뷔하고,
카라잔 빡시게 돌면서 틈틈히 그룰마그 잡아주고, 
이제 녹파템이 캐릭창에서 좀 없다 ... 싶으면 불뱀폭요 가주는 스텝을 다 밟아야했지.

근데 종종, 간절히 원하는 어떤 아이템이 절대 나오지 않는 일이 생겨요.
몬스터헌터에서 물욕게이지라고 부르는 거랑 비슷한데 말야, 
특정 부위의 아이템 딱 하나가 파템인데, 이 파템을 대체할 유일한 에픽템이 절대로 드랍되지 않는거지. 
반지라던가. 장신구라던가. 
사람이 돌아버릴 정도로 말이야. 절대로 나오지 않아요. 
간절히 바랄수록 절대 나오지 않아 !!

하지만 불성때부터 ' 문장 ' 이라는게 생겼잖아? 
드랍 아이템의 획득경로를 보면, ' 랜덤 ' 이야. 떨어져주면 감사하고, 아니면 어쩔 수가 없어.
근데 문장 아이템은 뭐다? 전적으로 ' 노력 ' 으로 하는거야. 
걍 닥치고 열심히 댕겨. 빡세게 영던돌고, 미친듯이 일퀘하고 !! 
그러면 문장이 차곡차곡 쌓여. 
이 문장을 열심히만 모으면, 
원하는 부위의 템을, 
드랍템만큼 성능이 출중하진 않을지언정 그래도 없는거보단 나은 걸 먹을 수가 있다는거지. 

아이템의 수준은 기본적으로 드랍템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다들 드랍템을 먹으러 인던을, 레이드를 다니는거야.
그러나 내가 간절하게 먹고싶은 바로 !! 그 !! 아이템이 존나게 안나오면,
그동안 그거 먹으러 다니면서 쌓인 문장으로,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약간 성능이 쳐지지만 그래도 대체품으로는 훌륭한 아이템을 먹을 수가 있는거지.

요약해보면,  

드랍템의 획득 : 
            전적으로 랜덤함에 의존해서 아이템을 먹는다.
티어토큰 시스템 : 
            랜덤하게 드랍된 아이템들 중에서 어떤 종류로 바꿔먹을지는 유저가 결정 가능
문장템의 획득 : 
            처절한 노력에 의해 아이템을 먹는다. 드랍템 획득에 실패했을 때 이를 보완해준다. 




내가 여기서 보면 존나 개백수새끼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도 먹고 살려다보니 열심히 일해야하거든.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하다보니, mmorpg를 미친 개폐인처럼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내 견문이 좀 짧은 감은 있겠지만,
어쨌든 난 이런식으로 ' 드랍아이템의 드랍율에 불평하는 유저 ' 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은 본 일이 없거든.
원래 드랍테이블이라는건 떨어져주면 감사하고 아니면 마는 뭐 그런거 아니었어?
근데 와우에선 떨어져주면 좋지만 정 안떨어지면 이걸 우회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거지.
이게 존나 사소하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잖아?
근데 난 이게 참 대단해보이거든. 

원래 게임 만드는 작자들이라는게 다 좀 그래.
뭔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문제의 책임이 자기들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 개발자가 욕먹을 상황이 아니면 ) 
개선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아요. 

100% 랜덤 드랍 테이블 시스템이라는건, 시스템 자체로서 유저들에게 이미 용납받았어.
유저들은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자기들의 운을 탓하지 결코 개발자를 탓하지 않아. 
' 아 씨발 내 아이템이 이렇게 안떨어지다니 이 게임 좆같네연 ' 하지는 않는다는거야.
그러나 이게 분명 유저들이 불만갖는 사항인건 맞거든.
그럼 개선작업의 대상이 되는거지. 

우리나라 개발자들 중에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 있나? 
일정에 쫓기고 인력이 부족하고 다 좆까라그래.
블리자드는 돈이 남아돌아서 직원들 연봉은 한국의 2배 주면서 일은 하루에 4시간씩만 시킨데? 
아니라구. 
그러므로 아무튼 블리자드는 훌륭한 회사군연. 
한국 회사들도 부디 훌륭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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